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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청주이야기 모임후기

감연희
2020-11-14
조회수 100


이런 방식의 만남은 처음이다.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 마스크와 이야기모임 현장기록지, 이야기카드가 담긴 택배가 왔다. 이야기카드를 어떻게 활용해야할까 생각하다가 모임 전에 친구와 만나는 자리에 들고 나가서 타로를 하듯 테이블에 펼쳐놓았다. 친구들에게 한 장씩 선택하게 한 다음 뒤에 적힌 질문에 따라 얘기를 나누었다. 친구들이 신선하다고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드디어 모임 날. 뜻밖의 손님이 방문했다. 소설가 우영창 선생님. 마침 청주를 방문할 일이 있다고 하셔서 오늘 이런저런 모임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함께해도 된다고 했더니 흔쾌히 찾아주신 것이다.


시간에 맞춰 하나둘씩 초대한 사람들이 도착했다. 모임장소에 정성껏 차려진 식사테이블을 보고 감탄했다. 서로를 잘 모르고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다. 이야기 카드 중에서 우선 개인적인 질문을 담은 카드를 하나씩 선택하게하고 그 질문에 답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소개로 이어지도록 했다. 카드가 돌아가면서 낯선 느낌에 어색해 하던 사람들이 점점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왔다. 두 번째 카드가 돌아갔을 때 한 사람이 내밀한 자기고백을 풀어 놓았다. 속살이 보이는 이야기에 우리 모두는 함께 눈물을 적시기도 하고 커다란 박수로 응원하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는 진지해졌고 더욱 솔직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가 만난 장소는 고인쇄박물관을 끼고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운리단길에 자리한 한 까페다. 옛날 물건들이 웅성거리듯이 장식된 이 카페는 주인장의 지나간 것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만들어지게 된 곳이다. 내가 초대한 분들은 여행 작가, 부동산 컨설팅, 운리단길 담당 공무원, 문화애호가로 나는 그분들을 개인적으로 다 알고 있지만 함께는 처음 만나는 자리다.


모임이 진행되면서 누군가는 생활 속에서 방치되었던 자기의 꿈을 새롭게 건져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우리를 먼 이국의 도시로 데려가기도 했다. 자칫 어색해질 수 있었던 만남이 느닷없는 소설가의 등장으로 풀어지고 한 참가자의 솔직한 자기고백이 계기가 되어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었다. 모임의 마지막에 손님으로 등장하신 소설가 선생님의 깜짝 선물. 세상에나 마스크를 한 박스나 갖고 오신게 아닌가. 어느 자리건 선물은 늘 옳다. 우리는 환호성과 함께 나누어 가졌다. 우리 동네 청주이야기는 이렇게 자기가 뽑은 카드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컨셉을 눈에 보이는 물리적 실체로 만들어서 인간들이 펼치는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이 도시다. 인간이 만드는 가장 복합체인 도시를 헤아리다보면 인간과 인간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통찰력, 느끼고 즐기는 역량,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까지 우리자신이 겪는 다채로운 성장방식을 깨닫게 된다. 각자 살고 있는 동네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도시적 삶이 자신의 삶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헤아리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된 만남이다. 두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머릿속에서 딱딱하게 빚어놓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말랑말랑해져서 울타리사이로 흘러내리게 되는 그런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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